그대에게 - 무한궤도
88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곡이다. 내가 01년생이니 나보다 13살 많은 곡이다
어딘가에서 그저 들어본 곡에서 찾아 듣는 곡으로 바뀐 것은 2014년으로 기억한다.
마왕 신해철은 2014년에 돌팔이 의사에 의해 세상을 떠나게 되며 비보와 동시에 센세이셔널했던 그의 곡들에게 다시 한번 날개를 달아주었다.
대학가요제를 직접 경험했던 시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경험해지 못했던 나에게는 시들어가던 곡들에게 물을 주는 시퀀스가 되었다.
2014년, 중학교 1학년이었다.
도덕을 담당하던 담임선생님과 음악선생님은 마왕의 오랜 팬이었다. 평소에도 신해철의 이야기를 들뜬 소녀의 마음가짐으로 해주었다.
사실 관심없었다.
2014년 10월 말, 여느때와 다르지 않게 평범한 등굣길이었지만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평범하지 않은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다.
담임선생님과 음악선생님이 껴안고 울고 있었다. 신해철이 사망한 다음 날이다.
울고 있던 선생님들을 못본 척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조례에 들어온 담임선생님, 오히려 평소보다 담담하게 조례를 마쳤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의 과목인 도덕시간, 수업을 일찍 끝내고 자신이 정말 사랑했던 가수가 세상을 떠났다고 아이들에게 말을 해주며 그대에게를 들려준다.
그 날 아침, 선생님들의 진심어린 눈물이 인상깊어서였을까 어떤 때보다 집중하여 노래를 들을 준비를 했다.
밴드지만 드럼의 리드가 아닌 신디사이저의 리드로 시작되었다. 그대에게 전주 시작부분의 신디사이저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웅장한 신디사이저 소리이다. 항상 소름이 돋는다. (이 글을 적는 이유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재생된 그대에게의 전주때문이다.)
그리고 박자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한 베이스와 드럼이 바로 신디사이저를 받는다.특히나 드럼은 강약조절없이 스네어를 매우 세게 친다. 오히려 그런 날 것의 느낌이 신해철의 다듬어지지 않았던 패기로운 목소리를 감칠맛나게 지원해주었다.
'무한궤도 - 그대에게' , '넥스트 -그대에게' 가 아닌 '무한궤도 - 그대에게(대상)' 이 곡은 들을 때마다 벅차오른다.연주와 보컬이 항상 벅차오르고 다시 듣기 직전 설레게 만든다.
'응답하라 1988'에서 마지막 곡으로 '그대에게' 가 시작되고 모두가 미쳐날뛰는 장면이 있다.나도 그 장면에 1초라도 녹아들고 싶었다. 정말 부러웠다. 마왕의 시작을 온전히 느끼던 그 장면은 항상 동경하고 있다.